
"어디에 투자해야 오를까요?"
경제학 전공자라고 하면 지인들이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요즘 무슨 종목이 좋아?" 그들은 내가 복잡한 수식과 거시 경제 데이터를 돌려 비밀스러운 '대박 종목'을 알고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나의 대답은 늘 그들을 실망시킨다. "나는 개별 주식은 안 사. 그냥 인덱스 펀드 사서 묻어둬."
나는 종목을 분석할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분석하는 행위 자체가 크게 유의미하지 않음을 알기에 개별 주식을 사지 않는다.
이유 1 : 당신은 골드만삭스를 이길 수 없다 (효율적 시장 가설)
경제학에는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라는 가설이 있다. 주가는 이미 공개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당신이 뉴스에서 "A기업 실적 대박"이라는 소식을 듣고 매수 버튼을 누를 때, 월스트리트의 초단타 매매 알고리즘과 기관 투자자들은 이미 0.001초 전에 가격을 다 올려놓았다는 의미다. "효율시장 가설을 능가하는 성과를 내는 투자방법!"이라는 게 여러 가지 제시되었고,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인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는 대부분 실패한다. 심지어 워렌 버핏조차 유언장에 "내 유산의 90%는 S&P 500 인덱스 펀드에 넣으라"라고 말했다. 투자의 신조차 인정한 팩트다.
이유 2 : 침팬지와 펀드매니저의 대결
유명한 실험이 있다. 눈을 가린 침팬지가 신문에 다트를 던져 고른 종목의 수익률과, 월급을 수억 원씩 받는 펀드매니저들의 수익률을 비교했더니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침팬지가 나았다.
개별 종목 투자는 실력이 아니라 '운'의 영역에 가깝다. 개별 종목 투자를 해서 대박이 난 사람의 소식을 들으면 부럽고, 따라해보고 싶겠지만, 소식이 들리지 않은 대부분은 개별 종목 투자를 해서 이익을 못 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내 소중한 자산을 운에 맡기지 않는다. 게다가 개별 종목을 고르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스트레스 비용까지 감안하면, '종목 선정'은 가성비가 최악인 노동이다.
이유 3 : 당신은 정말 엔디비아가 1불일 때 사서 180불일 때 팔 수 있는 사람인가?
"이 주식은 지난 10년간 백배가 넘게 올랐어! 이 주식에 내가 가진 돈 모두를 투자했었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다. 여기서 질문: 당신이 가진 개별 주식이 짧은 사이에 두 배가 되었다면, 팔 것인가? 아니면 자산을 모두 모아 이 개별주식에 투자할 것인가? 차트에 나온 히스토리를 보며 '내가 이 시점에 샀고, 이 시점에 팔았다면'을 상상해서 개별 종목의 수익률을 추정하는 건 사후확증편향(hindsight bias)이 반영된 오류다. 개별 종목에서 수익을 바라면서 투자한 사람의 대부분은, 일정 수익이 나면 주식을 판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로 나는 비트코인이 150불 정도일 때 경험 삼아 8코인을 샀고, 250불 정도일 때 전부 팔았다. 글 쓰는 현재 95,000불 정도인데, 나는 소액으로 집 한 채를 살 기회를 놓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나는 10000불일 때 샀어도 15000불쯤 됐으면 팔았을 거고, 50000불일 때 샀어도 60000불쯤 됐으면 팔았을 사람이다.
이유 4 : 바늘을 찾지 말고 건초더미를 사라
그래서 나는 '시장(Market)' 그 자체를 산다. 어느 기업이 1등이 될지 맞히는 건 어렵지만, 시장은 망하지 않고 성장한다는 명제는 참에 가깝다. 인덱스 펀드(ETF)는 시장에 상장된 우량 기업들을 통째로 묶어놓은 바구니와 같다.
- 삼성전자가 망해도 현대차가 오르면 된다.
- 애플이 주춤해도 엔비디아가 끌어주면 된다.
나는 '누가 이길지' 내기하지 않는다. 그냥 '경기장 전체'의 지분을 사서, 누가 이기든 수익을 공유받는 '하우스(House)'의 포지션을 취한다. 이것이 시장 수익률(Beta)을 추종하는 전략이다. 게다가 요새는 인덱스 펀드의 종류도 정말 다양해졌는데, 어떤 하우스를 사더라도, 그 하우스 안에 있는 개별 주식 두어 개를 사는 것보다는 낫다.
투자해 놓고, 본인의 삶을 살아라. 잠을 자라.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우량주를 사고 수면제를 먹어라."고 말했다. 우량주를 뭘 골라서 사냐고? 인덱스 펀드에 모여 있다. 나는 기계적으로 인덱스 펀드를 매수하고, 목돈이 필요하면 팔아서 쓴다. 그 외에는 주식 창을 보는 데 시간을 거의 쓰지 않는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예측할 수 없어도, 전체 시장이 우상향 한다는 믿음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매일 밤 주가 창을 보며 일희일비하는 시간에, 나는 푹 자고 내 본업에 집중하고, 내 삶을 산다. 내 삶을 잘 사는 것이 최고의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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