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중고 경차를 탄다.
동료 교수님들, 심지어 대학원생들의 차가 나보다 훨씬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나는 차가 당장 바꿀 생각이 없으며, 만약 바꾸더라도 신차 매장으로 갈 일은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차 구매는 가장 비효율적인 소비 행위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 번호판을 다는 순간 증발하는 돈 (감가상각의 공포)
경제학적으로 자동차는 자산보다는 소비재에 가깝다. 더 정확히는 감가상각이 극심한 내구소비재다.
신차는 영업소를 나와 번호판을 다는 순간 가치의 10~15%가 즉시 소멸한다. 5,000만 원짜리 차라면 시동 한 번 거는 대가로 500만 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나는 이 '초기 감가'를 굳이 내가 감당할 필요를 못 느낀다. 누군가 '새 차의 기분'을 내기 위해 지불한 그 비용 덕분에, 나는 3년 뒤 40% 저렴해진 가격으로 거의 동일한 효용(이동 수단)을 누린다. 그리고 요즘 차들은 대부분 상향평준화 되어있기 때문에 충분히 좋다.
2. 한국 사회의 기이한 셈법: '연봉 = 차값'?
한국의 자동차 소비는 기형적이다. 연봉 3,000만 원인 사람이 3,000만 원짜리 차를 할부로 산다. 미래 소득을 당겨와 현재의 과시(Conspicuous Consumption)에 태우는 행위다.
경제학적으로 건전한 차량 구매 가격은 '연봉의 1/3 이하'다. 예를 들면,
- 연봉 5,000만 원 → 1,600만 원 이하
- 연봉 1억 원 → 3,300만 원 이하
의 돈을 차에 써야 한다는 거다. 생각보다 너무 금액이 작다고? 그 생각 자체가 차에 돈을 굉장히 많이 쓴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기준을 초과하는 차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사치재'다. 사치재에 돈을 쓰면서 돈이 안 모인다고 불평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3. 과시(Conspicuousness)에 지불하는 기회비용
차에서 내릴 때 남들의 시선을 즐기는 '하차감'은 잠깐이다. 하지만 그 돈을 아껴 사 둔 인덱스 펀드는 잘 때도 불어난다. 10년 뒤, 3,000만 원짜리 차는 300만 원이 되겠지만, 차에 쓰는 비용을 줄여 안전하게 투자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손해는 훨씬 크다.
도로 위에서 남들에게 부자로 보이기 위해 가난해지는 길을 택하지 마라. 가장 좋은 차는, 감가상각이 끝난 지금 당신의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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